이안 감독의 색, 계를 봤습니다.
솔직히 브로크백 마운틴에서의 섬세한 표현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기보다는,
그렇게도 소리쳐대던 20분 무삭제 상영 때문이었다고 해야겠지만...
0. 20분 무삭제 개봉,
하지만 저렇게도 빨갛게 물들인 포스터와 적나라한 홍보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 영화가 '도색 영화'라던가 '포르노그라피'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이 영화에서 크게 세번에 나눠서 등장하는 베드신이 영화 전체의 흐름을 1막,2막,3막으로 나누어줘서 훨씬 이해하기가 쉬웠죠, 그리고 정사신 자체가 가진 폭발력이 더욱 더 긴장감을 더하는 것 같아서 상당히 적절하게 들어갔다고 생각합니다,
일전에 박찬욱 님이 쓰신 책에서, '죽어도 좋아'의 제한상영가 처분에 대해서 쓴 글을 보고도 느낀 것이지만, 어떤 영화나 다른 예술 작품을 두고 어떠한 집단이 그것을 외설이다, 예술이다 라고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무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작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것이 스토리 진행상에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넣은 것인데, 제작에 참여한 사람도 아닌 다른 집단이, 그렇게 잘라버린 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더군다나 성을 더이상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 요즘 세태에, 이런것을 괜히 잘라내고, 편집하겠다고 으름장 놓고, 그래서 무삭제 개봉이 이렇게 크게 떠벌일 일로 만들어버리는 상황 자체가 좀 성을 부패시키는,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는 약간 적나라한 표현과 함께 스포일러도 등장합니다☆
1. 첫번째 베드씬-소위 '대의(大義)'라는 것에 처참하게 무너진 개인
:일단 이 부분은.....한창 '이(양조위)'에 접근하던 '왕치아즈(탕웨이)'가 그와 몸을 섞을 수 있는 가능성까지 보이자 처녀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유부녀로 위장했기 때문에...) 처녀성을 없애기 위해서 같이 암살 계획을 하던 동료와 잠자리를 하는 부분입니다, 일단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이 인물을 망가트리는 데 성공한 셈인데 여기서 스토리는 '이'가 다시 상해로 돌아가버리는 허무한 끝으로 이어지고 맙니다, 여기서 '왕치아즈'는 상당히 큰 타격을 받습니다.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를 처단하는 일이 아무리 크다고 한 들, 그게 한 사람의 처녀성을 뺏어버리는 정도까지의 큰 일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데, 그것을 너무나도 당연시 여기는 그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습니다,
2. 두번째 베드씬-폭력을 일상으로 삼는 남자
:여기서 이제 양조위와의...문제의 그 무삭제 장면이 나오는데, 상당히 폭력적이어서 저도 보면서 진짜 놀랐습니다;; 이 부분 같은 경우는 '왕치아즈'보다는 '이'에 더 집중을 하고 봤는데, 많은 사람들을 고문하고, 많은 전쟁에 참여하고, 그러면서 자신도 끊임없이 테러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당히 매사에 조심스러운 신경질적인 인물인 '이'의 성격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왕치아즈'를 마음에 들어하지만 이 여자를 의심하는 생각에서 자기 안에 있던 폭력을 끌어내버리는.....여기서부터 예전과는 서서히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둘이 계속 만나면서 점점 서로에게 빠지기 시작하는 거죠, 첫번째 베드씬 전후가 '독립'이라는 상당히 정치적이고 이성적인 그리고 민족적인 '계(戒)'로 가득차 있다면 이 베드씬은 그 경계의 절정이고 여기서부터 서서히 '색(色)'이라는 주제가 떠오르기 시작하는 거라고 봅니다,
3. 세번째 베드씬-색,그리고 계, 두개의 대립항,
:진정하게 막장으로 치닫는 부분입니다, 두번째 베드씬부터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던 '색'이라는 주제가 절정에 치닫기 시작하는거죠, 그렇기 때문에 가장 강렬하고 충격적인 베드씬입니다, 색과 계가 '왕치아즈'의 머릿속을 계속 채워나가면서 어느것을 따를지 더이상 확실해지지 않는 상황까지 오게 되는거죠, 그리고 결국, 그녀는 계를 택하고 맙니다,
4. 미술, 그리고 음악,
상당히 파격적인 베드씬 때문인지, 그 속에 담고 있는 많은 내용들 떄문인지, 지금 제가 매우 고파서 생각이 잘 나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와서 떠오르는 것은 여기까지가 다입니다, 그리고 생각나는 것은 우아한, 그러나 그 속에 날을 세우고 있는 듯한 음악, 그 음악 때문에 영화 전체가 긴장감을 잃지 않고 거침없이 나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30,40년대의 중국의 풍경도 상당히 운치있었고 말이죠...(저는 역시 시골풍경보다는 도시 풍경이 더 좋습니다,)

